성인 남성 비만율은 이미 42.3%를 넘었다. 많은 이들이 비만의 원인으로 식습관에 주목하지만, 운동량 부족도 큰 몫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 세계 인구 중 4분의 1 이상(약 14억명)이 주당 최소 운동 권장량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미국 영국 독일 등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높은 선진 국가에서 개인의 비활동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전 세계적인 노동환경 변화와 관계가 높다. 도시인구 밀집현상으로 인한 화이트칼라의 증가, 탈육체화된 작업장(스마트팩토리)과 생산직 근로자 감소,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으로 인한 비대면 업무 증가 등 직장인들은 점점 운동량이 부족해지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주52시간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장시간 근로가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법정 근로시간만 근무하더라도 우리는 하루 8시간을 주로 앉아서 근무한다. 이러한 장시간의 좌식 업무(Sitting Work)는 비만은 물론, 각종 중증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2015년 캐나다 토론토 재활연구소의 연구 발표는 사무직 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구소에 따르면, 장시간 앉아서 생활할 경우 비만은 물론 심장 기능 손상, 각종 심혈관 질환과 암 발생 확률은 20%,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90%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4년 독일 레벤스부르크 연구팀은 장시간 앉아서 지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24% 높고, 여성의 경우 자궁 내막염 위험이 32%나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시간 좌식환경의 위험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입식 업무(Standing Work) 문화와 환경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원하는 직원에게 서서 일할 수 있는 높이 조절 데스크를 제공했고,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KPMG는 거의 모든 이그니션센터를 입식 업무 환경으로 조성했다. 덴마크는 2001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입식 업무 환경을 제공하도록 법제화시키기도 했다.

입식 업무는 근골격계 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춰주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당 20~50㎉를 더 소모할 수 있어 비만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매일 3~4시간 서서 일하는 것이 마라톤을 10번 한 것과 비슷한 운동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입식 업무 방식은 건강뿐 아니라, 업무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높이 조절 데스크를 사용하면 좌식과 입식, 두 업무 방식을 병행할 수 있어 집중력 저하를 막고 일의 능률을 향상 시킨다. 실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윈스턴 처칠, 토머스 제퍼슨은 일의 집중도를 높이고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평소 입식 업무를 즐겨 했고, 2014년 한 사회심리학 저널에서도 입식 업무가 집중력과 상황판단, 창의적 아이디어에 도움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입식 업무는 구성원 간 소통과 협업도 증진시킨다. 전면에 시선을 가리는 물리적 장벽이 없어 일상적 소통을 활성화시키며, 앉은 자세에서 선 자세로의 전환 동선이 짧아지면서 보다 신속한 협업이 가능하게 된다. 더불어 회의시간을 단축시키고, 일의 처리 속도를 증가시키는 등 업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이 같은 많은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제 입식 업무는 하나의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입식 업무 역시 장시간 지속될 경우 건강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골격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하지정맥류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업무 형태와 개인별 차이, 조직 문화 등을 고려해 입식 업무로 완전히 전환하기보다는 일하는 동안의 활동성을 높이고, 선택적으로 서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용자가 자유롭게 높이를 조절하며 자세를 바꿀 수 있는 높이 조절 데스크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간의 일부에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도록 높이 조절 데스크를 설치하면 좌석 이동에 따른 잠깐의 운동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직원들이 선택적으로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고, 업무 중 자연스럽게 이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프린터 등 주변의 편의, 지원시설을 분산 배치하면 오피스 내 사무직 종사자들의 활동성을 의도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의자가 없는 회의공간을 마련하거나 밖에서 산책을 하며 동료와 업무를 논의하는 것 또한 건강은 물론,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갑성 기자

[출처: 매일경제 & mk.co.kr]